신과 종교에 대한 생각

중학교 3학년 때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난 후 신과 종교에 대한 엄청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 후로 1년 정도 동안 혼란스러운 상태로 지내다가 2년 전쯤에 드디어 생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예전에 신과 종교에 대해 많은 글들을 썼었는데 사실 그들 중 대부분이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었다. 때문에 지금 보면 지금 생각과 다르거나 오글거리거나(…) 하는 글들이 좀 있어서 죄다 지우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ㅠㅠ

이 글은 지금의 신과 종교에 대한 내 생각을 요약해서 정리한 것으로, 앞으로 거의 변하지 않을 확고한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



  1. ‘신’은 ‘세상을 창조한 초월적인 존재’를 뜻한다.


신에 대한 생각



  1. 신의 존재는 반증 불가능하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100% 확신해서 말할 수는 없다.

  2. 어떠한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신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아무리 많은 과학적 발견을 하더라도 ‘신의 불필요성’은 증명할 수 있을지언정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4. 하지만 신이 존재한다는 가정은 불필요하다.

  5.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는데 ‘신의 존재’는 너무나도 큰 가정이다.

  6.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과 이론들은 신의 존재에 대한 가정 없이도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

  7. 신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굳이 그 가정이 필요하지 않다.

  8. 자연과 관련된 증명과 반증이 가능한 모든 사실들은 과학에서 다룰 수 있다.

  9. 앞으로도 과학에서는 신의 존재가 불필요할 것이며, 따라서 자연을 설명하는 데에 신의 존재는 불필요할 것이다.

  10. 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종교에 대한 생각



  1.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거기에 심리적으로 기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2. 내 주위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든 말든 신경 쓰고 싶지 않으며, 그들이 잘못된 과학적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 이상 반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3. 하지만 종교가 잘못된 과학적 지식과 결합된 순간 종교는 해악을 가진다.

  4. 현재 대부분의 종교는 그러하다. (예: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르치는 개신교)

  5. 아무리 좋은 일을 많이 해도, 잘못된 지식을 전파한다는 점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6. 따라서 종교 자체는 장기적으로 근절되어야 한다.

  7. 하지만 그 방법이 일방적이여서는 안된다. 즉, 이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8. 내가 나서서 주위 사람들에게 종교를 가지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은 싫다. 그러한 행동은 반감만 야기할 뿐이다.

  9. 사람들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신 존재의 불필요함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10.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 특히 과학 교육이 필요하다.

  11. 현재까지 밝혀진 지식들이 종교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12. 그리고 과학적 지식들이 단순한 가설이 아닌, 합리적인 탐구 방법을 통해 얻어진 믿을만한 결론이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13. 종교 단체에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하면 안된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14. 사람들이 종교의 불필요함과 현재 밝혀진 지식과의 충돌을 스스로 느끼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도록 해야 한다.

  15. 종교의 비리나 종교 지도자의 부도덕성 등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만 비판하는 것은 피상적인 것이다.

  16. 종교 자체의 근본적인 속성에 대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17. ‘종교 지도자들이 썩은 거지 종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18.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 특히 잘못된 지식을 전파한다는 점에서부터 종교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19. 만약 종교가 순전히 신을 믿고 거기에 기대는 선에서 그친다면 과학과 양립할 수 있다.

  20. 하지만 잘못된 지식을 주장하는 순간 과학과 양립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21. 실제로 종교가 있는 과학자들은 종교의 많은 부분을 비유로 받아들이곤 한다.

  22. 하지만 비유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종교에서 믿는 내용에서 점점 멀어진다.

  23. 예를 들어, ‘기독교의 신’만을 믿고 기도는 하지만 모세의 기적, 예수의 부활 등 다른 부분은 모두 비유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과학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과학자는 자신만의 신을 믿는 것이지 그 종교를 믿는다고 볼 수는 없다.

  24. 종교가 구시대의 유물이 될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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