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짧은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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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 한강 지음/창비   오랜만에 읽은 (장르문학을 제외한) 소설.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시종일관 극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취향저격이었다. 개연성보다는 이미지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소설인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들의 연속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과 사회의 폭력성. 억압하는 사회로부터 얻는 정신적인 피폐와 주위에 대한 무감각. 그것으로부터 저항하는 영혜와 스스로 깨닫고 있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언니의 대비.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가 한순간 유혹에 못이겨서 선을 넘어버리고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려진 예술가까지. 영혜보다는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나머지에 더 공감이 된다. 흥미롭게 읽어서 해설도 기대했는데, 너무 어렵게 쓰여져 있어서 읽다 말았다.

수소폭탄으로 개미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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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본 수학 유머 중에 가장 쩌는것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처:  https://www.quora.com/What-are-some-of-the-most-ridiculous-proofs-in-mathematics

에티모틱 리서치 er4s 찬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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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에티모틱 리서치 mc5를 잃어버리고 포낙 pfe 111를 구매했다. 에티모틱 리서치와 함께 하이파이 이어폰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기업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가장 좋은 제품 (er4s)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는 에티모틱 리서치의 양심less한 가격에 비해 착한 가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명한 만큼 소리도 좋고 mc5와 비교도 안되게 착용감도 좋은 이어폰이었지만 뭔가 아쉬웠다. 에티모틱 리서치의 소리가 그리웠다. 왜 사람들이 에티모틱의 노예가 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친구와 청음매장에 놀러갔을 때 er4s를 오랜만에 들어봤다.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이걸 사야 한다.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이건 사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 이성을 되찾은 나는 er4s를 당장 신품으로 사는건 한 달 과외비를 다 날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중고나라에 키워드 등록을 해놨다. 일주일 쯤 전 과외 가는 길이었다. 어느때와 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키워드 알림이 떴다. 14만원이었다. 눈을 의심했다. 글을 확인하니 진짜 14만원이었다. 2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고 팁이 몇 개 없긴 했지만 14만원은 의심스러웠다. 이어폰 14만원이면 비싼거 아닌가 싶기도 할테지만, 샀다가 다시 팔아도 18은 부를 수 있는 제품이었으므로, 무조건 이득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하고 연락을 했다. 사기가 아닌가 의심스러웠는데 이 분이 동영상까지 찍어서 보내주길래 믿기로 했다. 사기면 신고하라고 자기 이름이 나오는 동영상까지 보내줬다. 설마 이렇게 정성스럽게 사기를 치진 않겠지. 택배가 도착하고, 오늘이 3일째다. 결과는 대만족. 귀는 고통받지만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참고로 er4s는 [그림 1]과 같이 드릴처럼 생겼다. 저걸 귓구멍에 가차없이 깊숙히 꽂아야 한다.) 포낙 pfe는 서랍 신세이다. 포낙 미안. [caption id="attachment_2036" align="aligncenter" width="300...

1. 현대 집합론의 탄생 :: 현대 집합론 체계와 수의 정의

현대 집합론 체계와 수의 정의 - 목차 [catlist tags="집합론-시리즈" class=nomarker date=yes order=asc] 집합론은 수학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학문으로, 집합의 정의와 성질,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의 정의와 성질들에 대해 다룬다. 너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정말 '뻔하다' 싶은 내용을 근본부터 체계화시킨다. 그만큼 물리학과 같은 타 응용 학문에는 거의(or 전혀) 쓸모가 없다(..) 그래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어(알레프 뭐시기 같은 것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이번 학기에 집합론과 수리논리 수업을 듣고 있는데 꽤 흥미롭다. 집합론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이전 수학자들과 수리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는 칸토어의 Intuitive set theory 에 포함된다. x에 의존하는 어떤 명제 p(x)에 대해 p(x)가 참이 되게 하는 x들의 집합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x는 자연수이면서 3보다 크다'를 만족하는 x들의 집합은 존재한다. → {4, 5, 6, ...} 'x는 대한민국의 시민권자이다.'를 만족하는 x들의 집합은 존재한다. → {나, 과 친구 A군, 과의 L 교수님, 박근혜, 문재인, 이명박...} 'x는 0보다 작은 자연수이다'를 만족하는 x들의 집합은 존재한다. → {} 정말 생각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러니 아무도 의심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하다. 프레게와 같은 철학자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논리학과 수리철학, 언어철학을 발전시킨 것이다.[2. 현대철학 수업을 들으면서 프레게의 생각에 많이 감탄했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이 현대 집합론과 양립하려면 많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위대한 수학자 겸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그 유명한 러셀의 역설 이라는 놈을 발견했다. 러셀의 역설 러셀의 역설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지 않...

블로그 관리를 하지 않은지도 꽤 오래 된 듯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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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쓴 게 작년 10월달이니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간다. 바빠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고 (방학 때에는 시간이 남아돌았으니까..) 블로그에 대한 열의가 떨어졌다고 말하는게 사실일 것 같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많은 일들이 어떨 때에는 열의를 갖고 확 불타오르다가 한 순간 갑자기 확 사그라들곤 한다.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겨우 글 3개 쓰고 임시중단한 양자역학 연재글이 보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시작해야겠다. 이제 3학년이다 보니 많이 바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3학년 전공 중 가장 빡쎈 양자물리를 2학년 때 들은 덕분에 (그래서 2학년 때 죽을 뻔했지만) 사진 동아리도 가입하는 등 죽을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니다. 생각날 때마다 가끔 와서 글을 써야겠다. 결론은 얼마 전 서울숲 출사 가서 찍은 사진으로! 봄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71" align="aligncenter" width="720"] 숲속. Canon EOS 550D. Canon EF-S 18-55 3.5-5.6 IS. 55mm. F7.1. 1/200''. ISO-200.[/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72" align="aligncenter" width="720"] Canon EOS 550D. Canon EF-S 18-55 3.5-5.6 IS. 55mm. F5.6. 1/60''. ISO-100.[/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73" align="aligncenter" width="720"] Canon EOS 550D. Canon EF-S 18-55 3.5-5.6 IS. 55mm. F5.6. 1/400''. ISO-400.[/caption] [caption id="a...

구글 넥서스 신제품(넥서스 6, 넥서스 9)에 대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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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구글이 넥서스 라인업에 넥서스 6와 넥서스 9를 추가했다. 역시 예상대로 넥서스 6는 6인치(5.96인치), 넥서스 9는 9인치(8.9인치)라고 한다. 넥서스의 버전명이 사실은 화면크기와 일치한다는 가설이 완전히 증명된 순간이었다. 넥서스 원 지못미 전 글에서도 말했었지만 넥서스 6이 6인치로 출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나보다ㅠㅠ [caption id="attachment_1952" align="aligncenter" width="417"] 넥서스 6[/caption] 넥서스 6의 가격대는 600달러 중반으로 생각보다 높게 형성되었다. 넥서스 제품이 생각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기존 안드로이드 시장에 위협을 가한다는 불평이 전부터 있었고, 더이상 넥서스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다. 결국 나오긴 했지만 기존 넥서스 제품보다 가격이 높은 것으로 보아,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넥서스 6의 디자인은 꽤 마음에 든다. 스마트폰은 대화면으로 갈수록 디자인이 투박해지기 마련인데,(난 갤럭시 노트의 디자인을 정말 싫어한다.) 넥서스 6은 이러한 투박함을 최대한 감춘 느낌이다. 정면에서 보면 그러한 느낌이 조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뒷면이나 측면 디자인은 꽤 예쁘다. 일단 넥서스 로고가 깡패인 것 같다. 정말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하지만 역시 내가 넥서스 6을 구매할지는 모르겠다. 패블릿만 아니어도 당장 shut up and take my money 할텐데ㅠㅠㅠ 폰이면 폰, 태블릿이면 태블릿이지, 패블릿은 어중간하게 도대체 뭐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취존 ) 별로 갖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넥서스 5을 살까도 생각중이다. 그렇게 성능 차이가 심한 것같지도 않고.. [caption id="attachment_1953" align="aligncenter" width="619...

슈뢰딩거 방정식의 고전역학적 근사에서 발견한 신기한 사실

요즘 양자물리 수업에서 WKB 근사법 부분을 나가고 있는데, 최근에 정말 신기한 사실을 배웠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고전역학의 영역에서[1. 정확히는 포텐셜에너지가 파동함수의 파장보다 매우 느리게 변할 때] 근사하면 두 식이 튀어나온다. 그 중 하나는 '확률밀도의 continuity equation'으로, 확률밀도를 마치 물질의 밀도처럼 생각했을 때의 continuity equation에 해당한다! 유체역학에서 배운 방정식이 왜 갑자기 양자역학에서 튀어나오는지, 정말 황당할 따름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한데, 다른 한 식은 더 쩐다. 다른 한 방정식은 Hamilton-Jacobi equation이며, 이는 뉴턴역학과 동치이다. 이 방정식은 Hamilton 원리의 action에 관한 식이다.[2. 대충 쓰면 계가 변화하는 경로는 action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따른다는 것이 Hamilton 원리이다. 여기서 action은 보존장만 작용하는 계의 경우에는 운동에너지와 포텐셜에너지의 차(Lagrangian)의 적분으로 정의된다. Hamilton의 원리는 Lagrange 역학, Hamiltonian 역학 등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이 action이 바로 복소평면 위에서 파동함수의 각성분과 일치한다! [3. 정확히는 파동함수 각성분에 $latex \hbar $를 곱한 값과 일치한다.] 즉, 파동함수를 복소평면 위에 크기와 방향을 갖는 양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때 '방향'이 action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정말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두 값이 이렇게 연결이 되다니;; action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